아이가 손타는걸 두려워 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자주 쓰는 말 중에 이런게 있다.
'기회비용'
인생의 모든 일에는 기회비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아기를 너무 많이 안아주면 아기가 손탄다고
사실 초보 부모로서 아이를 안고 달래는 것 이외에 더 좋은 육아법을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나는 아이를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안아줬다.
덕분에 아이는 아주 손을 제대로 탔고, 아기를 돌때까지는 거의 안고 키웠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초반에 몇개월은 밥도 애기 잘때 아니면 와이프랑 번갈아가며 먹었을 정도니까.
몇달은 퇴근하면 거의 안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근데
내가 경험하기에 아이를 안아주는 기간이 생각보다 짧았다.
물론 그 기간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하루가 일년 같겠지만, 지나고 보면 정말 찰나다.
내가 그렇게 안아서 키웠는데도 어느 순간부터는 역류방지 쿠션에서 어느 순간부터는 범퍼침대에서 잘 놀게 되었다.
그리고 눈깜짝할 새에 유치원생이 되니까 아이가 안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정말 드물다.
아빠 출근할때 퇴근할때 자기전에 한번씩 안아주는게 전부다
의자에도 못앉게 해서 밥도 안고서 서서 먹었던 적도 있는데
안고 키운건 채 1년도 안되는 기간 뿐이다.
손을 아무리 태워도 아이를 안고 키울 수 있는 기간은 너무너무 짧다는거다.
아이를 안아주는게 몸이 조금 힘들수도 있지만
아이를 안고 있을때의 행복감이란 글 한줄로 표현할 수가 없다.
손 타지 않게 키우려고 아이를 덜 안아주는건 너무 슬프잖아.
그래서 다시 아이를 키운다고 해도 나는 그렇게 안고 키울것 같다.
물론 내가 다른사람보다 체력이 되니까 안고 키웠을 수 있다.
다른사람은 그러고 싶어도 체력이 안될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손 타는걸 그렇게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아이는 말 그대로 안아서 키웠지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 것들은 단호하게 해 준적이 없다.
두돌 지나고 아이가 말을 할 수 있게 되니까 밥먹으면서 책을 읽어달라고 했는데
'밥상에서는 밥을 먹어야 되는거야. 밥먹으면서 책을 읽으면 아빠 엄마가 밥을 먹지 못하게 되잖아. 그럼 밥 먹고 놀아주는데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거야. 우리가 밥을 먹고 나서 책을 읽으면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어.' 하고 설명 해 줬다.
애가 알아들었냐고? 물론 못알아들었다.
하지만 백번이고 천번이고 설명해줬다.
지금은 어떠냐고 밥 잘먹는다.
또 놀랍게도
우리아이는 유치원생인데 태어나서 아직도 한번도 밥먹으면서 유튜브나 티비를 보여준적이 없다.
가끔 아이랑 외식을 하러 가면 밥먹으면서 영상 안보는 아이는 우리아이 뿐이다.
부모님 마음이 이해 안되는건 아니다.
음식점에는 뜨거운것도 위험한 것도 많아서 아이를 케어하는데 더 많은 노력이 들겠지.
부모가 밥먹을 시간도 없고 밥이 코로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먹게 되니까
근데 그 시간도 정말 짧다.
1년만 잘 설명해주면 그 시간도 없어진다.
아이는 식당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밥먹는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밥먹을때 영상을 보는거라는 인식 자체가 없으니 보여달라는 말 자체를 안한다.
놀때도 마찬가지다 한두달에 한번 집에서 영화 볼때 아니면 티비 자체를 안보니까
티비 보여달라는 말 자체를 하지 않는다.
나랑 레고하고 보드게임하고 퍼즐 맞추고 블럭 맞추고 논다.
아이를 키우는건 정신없는 일이지만
돌아보면 그것도 행복이고 그 행복은 다시 얻을수가 없다.
부모의 몸이 편한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편안함을 위해서 무언가 잃는 기회비용 또한 분명히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느것이 좋다 나쁘다 쉽게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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